“교회가 이 땅의 소망입니다” 라는 책의 내용 중에 이런 일화가 쓰여져 있습니다. 퇴근시간 즈음에 일기예보에도 없던 비가 쏟아졌습니다. 사람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허둥지둥 뛰어다녔습니다. 나도 이 비를 피하기 위해 어느 건물을 좁은 처마 밑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나와 같은 처지의 청년이 서 있었습니다. 빗방울이 더 굵어지고 할아버지 한 분을 시작으로 중년 아저씨 한 분, 그리고 아주머니 한 분이 비좁은 틈으로 끼어들었습니다. 작은 처마 밑은 사람들로 금세 꽉 찼습니다. 비는 금방 그칠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뚱뚱한 아주머니 한 분이 이 가련하기 짝이 없는 대열로 덥석 뛰어들었습니다. 아주머니가 그 큼직한 덩치로 우리 대열에 끼어들자 그 바람에 맨 먼저 와 있던 청년이 얼떨결에 튕겨 나갔습니다. 그 청년은 비를 맞으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쪽 훑어보았습니다. 모두 딴 곳을 바라보며 모른 척하는데, 한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셨습니다. “젊은이, 세상이란 게 다 그런 거라네.”
그 청년은 물끄러미 할아버지를 쳐다보더니 길 저쪽으로 뛰어갔습니다. 몇분쯤 지났을까. 아까 그 청년이 비에 젖은 채로 비닐우산 5개를 옆구리에 끼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하나씩 건네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은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청년은 다시 비를 맞으며 저쪽으로 사라졌고, 사람들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청년이 쥐어준 우산을 쓰고 총총히 제 갈 길을 갔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다 그런 거라네!”라고 말한 할아버지만이 한참 동안 고개를 축이고 계시더니 우산을 땅에 내려놓고는 장대비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젊은이, 세상이란 게 다 그런 거라네.”라고 말한 할아버지처럼 내가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꿰뚫고 있는 것처럼 눈앞의 상황을 단정 짓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내가 경험한 좋지 않은 일들을 바탕으로 한 부정적인 선입관으로 무엇이든 쉽게 부정적으로 단정하고 남들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달라야 합니다. 우리가 신앙을 가졌다는 것은 선하신 하나님을 항상 의식한다는 뜻입니다. 세상이 어둡고, 사람들은 더욱 악해지고 양심도 예의도 없는 행동을 하여 마음을 무겁게 하고 소망보다 절망하는 마음이 들기 쉽지만 빛이요 사랑이신 하나님은 그 속에서도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뜻을 포기하지 않으시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여전히 은혜와 사랑을 베푸시는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도 하나님의 마음과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을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성도라면 위의 할아버지처럼 세상과 사람을 부정적으로만 단정 짓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시각과 마음을 가지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선하게 이루시고자 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사람에 대해, 교회에 대해, 세상에 대해 소망을 잃지 않고 선함을 이루어가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