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보면 아직 차가운 기운을 아침 저녁에 느끼지만 모든 나무에 새 싹이 이제는 무성하게 솟아 있고 봄꽃들이 만연하게 피어난 봄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어릴 적 한국에서의 봄은 녹아 내리는 것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꽁꽁 얼어 붙었던 동네 개울의 얼음이 녹아 얼음 덩어리가 점차 깨어져 나가고 개울물이 자유롭게 흐르는 것을 보면서 봄이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차갑게 얼어 붙어 딱딱하던 논 밭의 땅이 물기를 머물며 부드러워져서 그 땅에서 작은 새싹들과 봄 나물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며 봄이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봄의 계절은 얼었던 땅과 강을 녹입니다. 봄이오면 나무에, 온 대지에 새싹이 솟아 올라 온통 파랗게, 노랗게, 하얗게 아름다운 꽃과 색깔로 변화시킵니다. 그것이 봄이 오는 변화입니다. 계절은 이렇게 변함없이 시간이 지나 때가 되면 새로운 변화를 아름답게 일으킵니다. 기쁨과 행복을 줍니다.
그러나 진정 봄이 와야 할 곳은 다른 곳이 아닌 우리들의 마음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들의 마음은 왜 그리 얼어 붙은 것들이 풀지 못하는지, 왜 새싹과 꽃을 못 피우는지, 왜 그렇게 차갑고 딱딱한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 ‘신동욱 앵커의 시선’이라는 뉴스 속에 우리 한국이 OECD 37개국 나라 중에 사회적 유대 지수, 즉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잘 살아가는 관계 지수가 꼴찌인 37위라고 전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옛날 우리 나라 사람들은 정이 많기로 소문난 나라가 아니었습니까? 비록 가난하게 살고, 힘들게 살아도 이웃과 다른 사람들을 돕고, 나누고, 이해하고, 함께 하는 아름다운 덕을 가진 민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우리 나라 사람들이 자기 생각, 자기 기준, 자기 밖에 모르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 오래 산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다니엘 튜더라는 사람이 한국을 보고 느낀 점을 쓴 책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책 이름만으로도 우리 나라가 변화된 모습을 깨닫게 합니다. 그 책의 제목이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입니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라는 말이 웬지 마음에 비수처럼 꽂힙니다. 그것이 저와 여러분의 지금의 모습을 말하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 교회의 모습을 말하고 있지는 않는지 말입니다. 비록 적고, 부족하고, 가난하고, 연약해도 기쁨이 있는 삶, 따스함이 있는 삶, 포용하고 사랑함으로 행복한 삶이 있기를 소원합니다. 겨울에 꽁꽁 얼었던 온 세상이 봄이 옴으로 얼었던 것들이 녹아지고 풀어져 싹이 돋고 아름다운 꽃 봉우리를 맺듯이 우리 교회가, 저와 여러분의 삶에 하나님의 따스한 사랑과 은혜로 사랑으로 기쁨을 회복하는 삶이 되기를 원합니다.